그 무렵에는 역사가 과거 그 자체가 아니라는 사실을 이해하고 있었다. 내 관심에 따라 명나라 청나라의 역사에는 중국 자료에서 뽑은 세부 내용을 넣었는데, 일본사와 한국사에는 그럴 수가 없었다. 적절한 대목에서 세 나라의 역사를 포르투갈인과 스페인인들의 활동, 그리고 네덜란드와 영국의 동인도회사가 그들을 우회해 중국과 일본에 접근한 상황과 연결해 설명했다. 그러나 배스틴 교수가 석사반에 도입한 "역사학의 이론과 방법" 과목도 계속할 필요가 있었다. 역사학의 이론과 방법 강의를 맡으면서 역사학자 지망생들에게 중요한 것으로 생각되는 두 권의 책으로 시작했다. 그때까지 내가 받은 훈련은 근대 역사학이었는데, 내 연구의 자료는 중국과 일본 학자들이 개발하고 서양의 중국학 연구자들이 근대화한 방법으로 연구된 것이었다. 이론과 방법 강의를 맡았지만, 그 강의를 함으로써 내가 이론가가 되지도 않고 방법론 전문가가 되지도 않았다.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능력을 키워낸다면 중국과 중국사의 특수성을 설명하는 데 중요한 몫을 맡을 수 있을 것이었다. 내가 강의를 시작할 무렵 중국사와 관계된 동료로는 19세기 영국의 대 중국 정책을 연구하던렌 영(Len Young)과 대륙 방면, 특히 티베트와 신장에서 영국과 중국의 접촉을 연구하던 앨러스테어 램(Alastair Lamb, 1930-2023)이 있었다. 중화인민공화국에서 요란한 사태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현대 중국에 관한 자료에 접근할 길이 없는 나는 내버려진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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