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전례 없는 대규모 추출 기계를 통해 자본은 이제껏 장악하지 못했던 '불가지'의 영역들, 즉 노동자의 숙련과 암묵지, 지구 위 모든 사회의 세세한 정보와 문화적 역량까지 철저히 지배할 수 있게 된다. 인공지능의 본질이 '주인의 눈', 즉 노동을 지배하려는 자본의 시각에서 고안된 추출 기계이지만, 이것은 또한 인공지능의 먼 선조인 최초의 기계들의 본질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인간의 모든 육체적 활동은 역사적-사회적으로 축적된 지식과 지능을 바탕으로 이뤄진다. 마치 인공지능이 오늘날 노동자의 숙련과 암묵지를 추출하듯이, 역직기 또한 당대 방직 노동자가 체현하고 있던 오래 된 공동체적 지식과 역량을 추출해 자본의 직접적 지배 대상으로 탈바꿈시켰다. 역사적으로 자본은 늘 인간 사회의 지식과 지능을 대규모로 전유하고 재배치함으로써 한 시대의 축적 체제를 구축해왔다. 이런 지식과 지능의 전유, 재배치는 자본과 국가의 입장에서 생산성의 획기적 증대를 낳는다. 생산, 재생산 등의 생활 과정과 분리되지 않았던 지식이 멀리 떨어진 곳(서유럽 식민주의 국가들)의 새로운 지식 생산-유통 시스템에 집적되거나, 인간 노동의 일부를 대신하는 자동 기계에 탑재되거나, 전면적 추출 기계인 인공지능에 대거 흡수된다. 즉, 산업자본주의가 등장하면서 이제는 식민 본국 내에서 생산자의 지식, 지능(대개 '육체노동'으로 협소하게 인식된 채로)이 기계를 통해 자본의 직접적 지배 대상이 되어갔다. 이 전 지구적 추출 기계는 인류의 지식, 암묵지, 지적 역량을 최종적으로 자본의 직접적 지배 아래로 이전, 재배치하려는 기획의 핵심 수단이다. 그것은, AI를 통한 지식과 지적 역량의 이전, 재배치에 맞서 대중의 역량을 복원하고 최대화하기 위한 지식, 지능의 대안적인 사회적 배열을 주장하고 관철시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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