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이 현실이 되는 순간, 비극인가 희극인가: 연상호의 <실낙원>
가상이 현실이 되는 순간, 비극인가 희극인가: 연상호의 <실낙원>

오직 소영은 오랜만에 돌아온 아들을 경계하고, 장성한 아들과 AI 가상 세계 속에 복원된 아들 선우(유지완) 사이에서 갈등할 뿐이다. 어릴 적 선함을 온전히 간직한 가상 현실 속 아들과의 만남에 위로 받는 소영을 보면서 관객들은 자연스럽게 이 작품이 현실과 가상 사이의 경계에 대해 질문하고 있다고 받아들인다. 만약 "실낙원"의 서사가 가상 현실의 아들을 선택한 뒤 그를 지키기 위해 연쇄살인마로 돌아온 아들과 정면으로 대립하는 방향으로 흘러갔다면, 우리는 이 작품을 이전의 다른 작품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선상 위에 올려 놓고 판단했을지도 모른다. 그 순간 소영에게 떠밀려 오는 선택은 가상현실 속 아들과 현실의 아들 사이의 선택이 아니다. 선우와 함께 아이들이 실종되고 주검으로 돌아왔을 때 AI 가상 현실 개발 업체 '트랜스 휴먼'은 신기술을 통해 아이들을 복원하는 '낙원의 아이들'을 서비스한다. 그 신기술을 소영은 9년간 이용하며 낙원을 살아가는 선우를 실체적 존재로 받아들인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가상현실 속 존재와 물리적 현실 속 존재를 서로 다른 존재 양식으로 구분한다. 가상과 현실 사이에서 상호작용하는 존재로서 가상 존재를 단순한 대체물로 취급하는 관점에 균열을 낸다. 그녀에게는 법적 책임을 묻는 현실과, 가상현실 속에서 아들과의 관계를 지속하는 또 다른 세계가 함께 놓여 있기 때문이다. 소영은 현실의 아들과 함께 죽음을 선택하고, 낙원의 아이들 곁에 머무는 가상의 부모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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