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직업은 갖지 않으려 술독에 빠진 범모의 고집, 자신의 전문성을 인정받지 못했을 때 겪게 되는 시조의 비참함, 모두가 욕망하는 자리에 있음에도 그 직업의 귀함을 깨닫지 못하는 선출의 천박함까지, 세 인물들이 처한 상황의 이미지들을 통해서 만수는 깨닫고 성장한다.
하지만 범모만이 유일하게 만수가 아닌 그의 아내 아라(염혜란)에 의해 살해되는 순간 이 작품이 가리키는 방향이 조금은 다를 수 있음을 깨닫는다.
하지만 직업을 잃고 알코올중독에 빠진 범모의 모습은 어떻게든 먹고 살기 위해 발버둥 쳤던 만수, 시조의 태도와 상반된다.
손쉽게 대체 가능한 자본의 노동력이 되지 않으려는 고집, 그 고집을 북한에서 제작된 권총으로 아라의 손에 의해 꺾어내는 순간 만수의 직업적 숭고함이 이제 더는 그 어디에서도 존중될 수 없는 시대 속에 살고 있음을 영화는 관객이 자각토록 한다.
둘로 양분된 체제가 아닌 자본으로 통합된 전지구적 상황에서 밀려나는 직업들을 부여잡고 끙끙 앓아봤자 결국 만수처럼 거세될 수밖에 없음을 정확히 목도한 뒤로 만수는 살인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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