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대한민국은 건강에 진심이다. 식단을 바꾸고 운동에 몰두하며, 하루라도 더 오래 살기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정작 그 끝에 있는 ‘죽음’에 대한 논의는 좀처럼 진전되지 않고 있다. 불편하고, 두렵고, 아직은 먼 이야기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초고령사회로 접어든 지금, 연간 35만 명 이상이 생을 마감하고 있다. 죽음은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이제는 사회가 함께 고민해야 할 과제가 되었다. 순탄한 죽음을 맞이할 권리, 고통 없이 떠날 권리, 삶의 마지막을 선택할 권리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오는 7월 6일 방송되는 KBS 1TV 제238회에서는, 매일 죽음을 마주하는 법의학자 유성호 교수와 함께 저마다의 인생에 걸맞은 엔딩인 ‘죽음’과 후회 없는 삶의 방향을 준비하는 방법에 대해 알아본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사망 원인 1위는 암으로 꼽히고 있다. 유성호 교수는 방송에서 “암이 사망 원인 1위라는 것은 우리가 오래 살고 있다는 뜻이며, 이는 명실상부한 선진국이라는 반증”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우리가 더 주목해야 할 점은 자살률이다.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OECD 평균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며, 그 수치는 해마다 꾸준히 높은 채로 유지되고 있다. 특히 70대, 80대 이상 노년층의 자살률은 OECD 평균의 2~3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유 교수는 방송에서 “노인의 자살은 만성질환, 가족과의 단절, 외로움, 경제적 어려움 등 복합적인 원인에서 비롯된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노인들 사이에서도 일종의 ‘peer pressure’, 즉 또래 집단과의 비교에서 오는 심리적 압박감이 자살의 한 요인으로 작용한다”라고 밝혔다.
그는 “혼자 사는 노인의 경우, ‘다른 사람은 누군가 돌봐주고 챙겨주는데 나는 혼자다’라는 고립감과 소외감이 ‘나는 쓸모없는 존재가 아닐까’라는 무력감으로 이어지기도 한다”라며, “이는 단순히 개인의 심리 문제가 아니라, 노인을 경쟁적으로 살아가야 하는 존재로 만든 사회 구조의 문제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유 교수는 “그래서 이제는 ‘어떻게 살 것인가’뿐만 아니라, ‘어떻게 죽음을 맞이할 것인가’에 대한 사회적 고민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유 교수는 ‘좋은 죽음’을 준비하는 실천 방법으로 ‘유언 작성’을 제안했다. 그는 방송에서 “유언은 단순히 나이 든 사람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성찰의 도구”라며, “유언을 써보는 과정에서 자신이 어떤 관계를 맺으며 살아왔는지를 되새기게 되고, 그것이 곧 삶의 의미를 되짚는 일이 된다”라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죽음을 특별하거나 무겁게만 여길 필요는 없다”라며, “식탁 위의 일상 대화처럼, 죽음에 대해 자연스럽게 이야기할 수 있는 사회 분위기가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삶의 한 부분으로서 죽음을 받아들이고, 모두가 자신의 마지막 장면을 스스로 준비할 수 있기를 바란다”라고 전했다.
한편, KBS 1TV 제238회 ‘우리의 해피엔딩, 좋은 죽음을 위하여’는 2025년 7월 6일(일) 저녁 7시 10분에 방송된다. 방송 이후에는 KBS 홈페이지(www.kbs.co.kr), Wavve, 유튜브(KBS교양, KBS다큐) 채널을 통해 다시 시청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