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내가 용의자가 아니라는 사실에 안도했지만, 곧 깨달았다. 이곳 미국에서 차별과 억압의 표적이 되는 또 다른 '흑인'은 다름 아닌 팔레스타인 사람들이라는 것을." — 시카고 출신 래퍼, 빅 멘사
이 짧은 고백은 『유대인은 왜? ― 유대주의를 버린 유대인들』(세르주 알리미 외 지음, 르몽드코리아)이 던지는 물음의 핵심을 압축한다. 타자의 고통을 마주할 때, 우리는 비로소 자신을 발견한다. 억압받는 이들의 얼굴은 서로의 거울이며, 팔레스타인의 절망 속에서 미국 흑인들은 과거 자신의 역사적 상처를 본다. 이 책은 바로 그 '거울의 정치학'을 추적한다.
소피 베시는 「2000년의 고독」이라는 글에서 유대인이 겪은 오랜 박해를 기술한다. 로마 제국과 이집트의 추방, 중세 기독교의 원죄 낙인, 근대 인종주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