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0월 29일 이태원 참사가 일어난 지 3년 반이 지났다. 그러나 피해는 그날에 멈추지 않았다. 참사 이후 심리적 고통을 겪어온 사람들의 사망 소식이 잇따르면서 참사가 남긴 상처가 여전히 현재 진행형임을 보여주고 있다. 이후 그들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지 살펴본다.
드라마 의 모티브가 된 주점의 공동 운영자였던 백진우(가명) 씨. 그는 조리와 경영에 재능을 갖춘 이태원의 청년 사업가였다. 2022년 10월 29일 이태원 참사 당시, 백 사장은 현장에서 사람을 옮기고 심폐소생술(CPR)을 하며 적극적인 구조활동에 나섰다. 그런데 참사 이후 그의 삶은 이전과 달라졌다.
코로나19 이후 조금씩 회복되던 상권은 참사 이후 다시 침체에 빠졌다. 심리적 고통이 아물 틈도 없이 경제적인 어려움까지 닥친 것이다. 참사 1주기가 되었을 때, 백 사장은 자신이 정신적으로 정상이 아니라는 유서를 남기고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했다. 아버지인 백가인 씨는 국가트라우마센터에서 상담받기를 권유했지만, 백 사장은 이를 거부했다. 이후 백 사장은 다시 일을 시작하고 새로운 가게 개업을 준비하며 일상 복귀를 위해 힘썼다. 그러나 4월 20일 집을 나선 뒤 연락이 끊겼고, 그는 실종 열흘 만에 숨진 채 발견됐다.
이태원 참사 이후 삶이 달라진 상인은 또 있었다. 국회 청문회에서 유족들에게 사과하고 49재를 지낸 상인으로 알려진 남인석 씨다. 참사 당시 자신의 가게 문을 열어 시민들을 구조했던 그였지만 더 살리지 못했다는 죄책감 속에서 살아가고 있었다.
남 씨는 한강공원에서 소리를 지르거나 노래를 부르며 감정을 해소하려 노력했다. 또 가게 한편에는 방문객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작은 공간을 마련했다. 그는 참사 이후 일부러 가게를 찾는 이들의 위로와 응원이 힘겨운 시간을 버티게 하는 힘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 공간을 찾는 사람들 가운데에는 같은 이태원 상인인 이현정(가명) 씨도 있었다. 이 씨는 참사 당시 가족과 함께 이태원을 찾았다. 이태원에서 나고 자란 그녀는 평소와 다른 수준의 인파를 느끼고 가족과 함께 가까스로 현장을 빠져나왔다. 이후 이 씨는 위험 상황을 알리기 위해 경찰에 신고 전화를 했지만, 적절한 대응이 이뤄지지 않았다. 그는 참사 전후 드러난 국가의 대응 과정에 분노를 느꼈다.
이현정(가명) 씨는 남인석 씨의 가게를 찾아 그날의 기억을 털어놓으며 서로를 의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모든 상인이 자신의 상처를 돌아보는 것은 아니었다. 참사 당시 구조활동에 나섰던 이태원 상인 김지은 씨는 참사 이후 상권이 침체하면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가게 매출은 이전의 10분의 1 수준으로 줄었고, 하루 매출이 전혀 없는 날도 적지 않았다.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처지에서 김 씨는 자신의 트라우마를 돌볼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었다.
김남영 씨는 중앙일보 기자다. 그녀는 핼러윈 현장을 취재하기 위해 이태원을 찾았다가 참사 현장을 직접 목격했다. 참사 후 일상을 이어갔지만, 1년쯤 지나면서 이전과 달리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거나 주변 사람들에게 화를 내는 일이 잦아졌다. 결국 주변의 적극적인 권유로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았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진단을 받았다. 김 씨는 주변 사람들의 권유가 없었다면 병원에 가지 못했을 거라고 말했다.
이후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정신적 고통을 겪는 사람들이 도움받길 바라는 마음에서 ‘PTSD와 동거합니다’ 연재를 시작했다. 그는 마음이 아플 때 정신건강의학과를 찾는 일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사회적 분위기가 만들어져야 진정한 치유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태원 참사 당시 수많은 인파 속에서 현장을 빠져나온 한주희(가명) 씨. 현장에 있었던 그는 참사 이후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PTSD) 직전 단계로 평가되는 급성 스트레스 증후군을 진단받았다. 약물 치료를 받으며 현재는 이전보다 상태가 호전됐지만, 그를 더욱 힘들게 한 것은 참사 이후 이어진 2차 가해였다.
그날 놀러 간 건 맞습니다.
참사 발생 후 3년이 넘는 시간 동안 피해자 실태조사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피해자 실태를 처음으로 조사한 곳은 시민 네트워크 모임인 '이태원을 기억하는 호박랜턴'이었다. 약 314명이 참여한 조사 결과를 분석한 활동가들은 백 사장과 같은 비극이 또다시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활동가들은 피해자들이 도움 요청할 때까지 기다리기보다, 사회가 먼저 이들을 찾아내고 손을 내밀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 방안 가운데 하나로 제시되는 것이 애도와 축제가 공존하는 추모 문화다. 참사를 기억하는 동시에 일상을 이어갈 수 있는 공간과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참사 이후 3년 반이 지난 지금. 생존자들은 여전히 그날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고 있다. 이들의 목소리를 통해 우리 사회에 필요한 회복과 치유의 조건은 무엇인지 살펴볼 ‘10·29이태원 참사 생존자들에게 안부를 묻습니다’는 6월 12일 금요일 밤 10시, KBS 1TV에서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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