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극장> '밧줄로 꽁꽁' 지영과 새라

  • 2026.06.26 13:25
  • 2시간전
  • KBS

하루 24시간을 한 몸처럼 붙어 다니는 부부가 있다. 한국인 남편 윤지영 씨(34)와 미국인 아내 새라 씨(35)가 그 주인공이다. 손맛 좋은 남편이 요리하고, 깔끔한 새라 씨가 청소를 담당한다. 덕분에 집안 살림이 빈틈없이 굴러가는데, 어쩌다 일도 함께해 출퇴근도 함께다.

두 사람의 직업은 고소 작업 기술자, 흔히 말하는 ‘로프공’이다. 9년 전, 인테리어 사무실에 다녔던 지영 씨는 박봉으로 딸의 양육비도 제때 보내지 못했다. 그때 로프공의 수입이 좋다는 걸 알게 됐고 기술을 알려주십사, 배움을 청했다. 다행히 로프공이 되면서부터는 양육비도 줄 수 있게 되었고, 가슴을 짓눌렀던 미안함도 조금은 갚을 수 있었다.

지영 씨는 업계에선 젊은 나이지만, 어느덧 로프 경력 9년 차 베테랑이다. 3년 전에는 부산으로 내려와 직접 팀을 꾸려 사무실도 차렸다. 실력만큼 인품도 좋은 선배님들과 꿈을 키워나가는 중인 지영 씨에게 최근 어려운 숙제가 생겼다. 남편 따라 로프공이 되겠다는 아내, 새라 씨의 도전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한국에 온 지 15년 차인 새라 씨는 과거 서울에서 영어 강사로 일하며 감정노동에 지쳐있었다. 그때 남편의 직업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단다. 본래 활동적인 성격인 데다, 어린 시절 군인을 꿈꾸기도 했던 새라 씨. 몇 달 동안 남편을 설득한 끝에 지난해 ‘국제 로프 자격증’ 취득에 성공했다. 드디어 다가온 실전의 날. 당당히 첫발을 내딛는 새라 씨의 첫 실전 현장은 이번 본 방송을 통해 공개된다.

매일 고층 건물의 옥상으로 출근하는 부부는 난간 너머의 까마득한 바닥을 볼 때마다 여전히 아찔하다. 그 높이에서, 밧줄에 매달리는 것이 두렵지 않다면 거짓말이다. 그런데도 부부가 로프를 타는, 그리고 타야 하는 이유는 하나다. 바로, 두 딸 때문이다.

새라 씨와 지영 씨는 과거 한 번씩 이혼을 경험했다. 첫 결혼에서 각자 딸 한 명씩을 두었는데, 두 아이 모두 전 배우자가 양육하고 있다. 아이들과 떨어져 살다 보니, 늘 미안하다.

일이 아무리 바빠도 새라 씨는 딸이 먼저다. 중학교 1학년인 유라는 청소년 국가대표로도 뛰었던, 기계체조 유망주다. 이번엔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첫 국제 대회에 참가하게 된 딸을 위해 새라 씨는 큰 결심을 한다. ‘엄마가 곁에 있다’는 사실이 딸에게 분명 힘이 될 것으로 생각한 새라 씨는 그 바쁜 와중에 짐을 꾸려, 싱가포르로 날아간다.

지영 씨도 한 달에 두 번은 딸을 만난다. 요즘 열 살 여자아이는 어떤 걸 좋아하는지 아내 새라 씨와 머리를 맞대고 선물을 고른다. 딸에게 자랑스러운 엄마, 아빠가 되는 것이 삶의 목표라는 지영과 새라. 오늘도 두려움 떨쳐내고, 로프를 타고, 외벽을 오르내린다.

딸을 응원하기 위해서 싱가포르로 떠난 새라 씨. 이에 혼자 있는 아들에게 밥이라도 한 끼 챙겨주겠다고 서울에서 지영 씨의 어머니가 오셨다.

서른에 혼자 돼서 두 아들을 키워오신 지영 씨의 어머니. 전투기 조종사였던 지영 씨 아버지는 지영 씨가 세 살, 동생이 11개월이었을 때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자식으로서 잘사는 모습만 보여드려야 하는데, 홀몸으로 자식들 키우느라 고생하신 어머니께 이혼 후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여드린 데다, 느닷없이 로프공이 되어 근심을 보탰었다. 이제 새 가정을 꾸린 지영 씨는 어머니께 알콩달콩 사는 모습과 자리가 잡혀가는 사업을 보여드린다. 아들이 안전하게 작업하고 있는 현장도 직접 확인시켜 드린다.

새라 씨가 싱가포르에서 돌아온 날, 셋이 바닷가로 나들이를 떠난다. 회도 먹고 노을도 구경하면서, 마음을 위로해 드린다. 세상일이 내 맘 같지 않아서, 때로는 넘어지고 상처를 입는다.

그때 손을 내밀어준 나의 사람. 털고 일어날 수 있게, 상처에 새살이 돋게 해준 내 인생의 동아줄. 사랑이라는 밧줄로 꽁꽁 묶인, 지영과 새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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