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이하 ‘꼬꼬무’)가 재개발이라는 이름 아래 자행된 철거 현장의 폭력과 인권 유린을 밝히며 충격과 묵직한 메시지를 전했다.
지난 11일 방송된 ‘꼬꼬무’ (연출 이큰별 이동원 고혜린, ’이하 ‘꼬꼬무’) 192회는 ‘사라진 나의 집, 그리고 적준’을 주제로 철거 업체 적준을 중심으로 재개발 폭력의 역사를 용기 있게 조명했다. 가수 KCM, 배우 윤은혜, 배우 채서진이 리스너로 출격했다.
1998년 서울 용산구 도원동에서 비극이 벌어졌다. 이라크 전쟁 등 험난한 현장을 기록해온 임종진 사진기자는 제보를 받고 달려갔고, 병원 응급실에서 전신 3도 화상을 입은 27세 청년 백 씨와 갈비뼈 골절과 다리 골절로 중상을 입은 60세 남성을 목격했다. 단순 사고가 아닌, 재개발이라는 명목 아래 강제 철거 과정에서 벌어진 폭력이었다. 임종진 기자는 참혹한 현장을 기록하며 전쟁터 못지않았다고 경악했다.
철거 현장에는 동원된 용역들은 쇠 파이프와 중장비를 들고 집 안에 사람이 있어도 불을 지르거나 욕설, 협박과 함께 무차별 폭행을 일삼았다. 주로 인력시장 노동자나 조직폭력배 출신이었다. 이들의 행태에 KCM은 “정말 무자비하다”라며 “화가 난다. 정신 나간 것 아니냐”라고 분노했고, “아무리 돈이 좋다고 하지만 사람이라면 어떻게 저렇게 할 수 있나. 너무 끔찍하다”라고 혀를 내둘렀다.
당시 악명 높은 용역은 ‘적준’이었다. 이들은 쇠 파이프와 망치를 들고 가정집에 침입해 무차별 폭행을 가했고, 봉천동에서는 자고 있던 주민을 발로 걷어차거나 초등생 자녀 세 명을 계단 밑으로 던지는 행동까지 스스럼없이 했다. 윤은혜는 “화가 난다”라며 연신 분노했다. 행당동에서는 임신 5개월 여성에게 폭행을 가하고, 여성들에게 대변 물을 강제로 먹이는 일까지 벌어졌다. 채서진은 “생각한 것보다 훨씬 잔인하다”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성폭력도 있었다. 봉천동에서는 주민을 짓밟고, 하체에 연탄재를 집어넣는 끔찍한 행위가 있었고, 행당동에서는 여성 철거민들을 성폭행했다. 수십 명의 주민이 부상을 입었고, 방화와 재산 파괴, 아동 인권 유린까지 이어졌다. 윤은혜는 “미쳤다”라며 “너무 지옥 같았을 것 같다”, 채서진은 “너무 치욕스럽고 가슴 아플 것 같다”라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전농동에서 철거 용역들은 일명 ‘너구리 작전’을 수행하며 불을 지르고 유독가스를 퍼뜨렸다. 주민들은 질식과 화상을 피하기 위해 높은 곳에서 몸을 던져야 했고, 사망과 중상자가 속출했다. KCM은 “야만적이다”라고 개탄했다. 도원동에서도 철거민들은 ‘골리앗’이라 불린 구조물을 세워 버텼지만, 전기와 물이 끊기고 용역들의 물대포에 시달려야 했다. 어쩔 수 없이 부모와 떨어져 지내야 했던 아이들의 모습에 KCM은 “정말 끔찍하다. 가슴 아프다”라며 결국 눈물을 흘렸다.
한 달여의 고립 끝에 철거 용역들은 대형 크레인과 컨테이너를 동원해 ‘골리앗’에 진입, 주민들을 사냥하듯 몰아냈다. 불길에 휩싸인 골리앗은 잿더미가 됐다. 서울 한복판에서 벌어진 사건에 윤은혜는 “너무 다른 나라의 얘기를 듣는 것 같다”라고 충격을 받았고, 채서진은 “영화나 신문을 보고 알고는 있었는데 생각보다 훨씬 잔인하다”라고 밝혔다.
당시 공권력은 이런 사태를 방관했는데, 그 배경에는 합동 재개발 제도가 있었다. 정부는 1983년 민간 주도형 방식을 도입했고, 철거와 시공은 민간 업체에 맡겨졌다. 폭력적 철거 용역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적준’은 재개발 현장에서 무자비한 폭력을 저지른 후 철거·시공·폐기물 처리까지 수행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과거 폭력에 대한 사과는 없었다.
여러 시민단체가 철거민들의 고통을 기록하며 펴낸 ‘철거 범죄 보고서’는 폭력, 성폭력, 방화, 인권 유린 등이 158페이지 분량으로 기록되어 있지만 제대로 처벌받은 자는 없었다. 오히려 철거민들은 농성했다는 이유로 연행되거나 수배자가 됐고, 생존자들은 평생 트라우마에 시달렸다. KCM은 “직접 이런 일을 겪은 분들의 마음이 상상이 안 간다. 한이 되지 않을까”라고 안타까움을 드러냈고, 윤은혜는 “또 다른 범죄 보고서가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조금 더 아름다운 사회를 만드는 게 쉬운 것 같지만 참 어렵다. 나부터 좀 더 나은 사람이 되어야겠다”라고 다짐했다.
‘철거 범죄 보고서’의 머리말에는 “감추인 것은 드러나기 마련이고 비밀은 알려지게 마련이다”라고 적혔다. 장도연, 장현성, 장성규 3MC는 어떤 범죄도 영원히 숨길 수 없으며, 진실은 끝내 드러나게 된다는 메시지를 전하며 여운을 남겼다.
방송 직후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 및 SNS에서는 “‘꼬꼬무’ 한 편도 안 빼고 다 봤는데 오늘이 역대급으로 화남. 이게 실화라니”, “용역 업체들 저게 사람이냐? 너무 열받아서 손 떨려”, “철거민 분들은 얼마나 속에 한이 되셨을까”, “오늘 ‘꼬꼬무’ 다들 꼭 봐야함. 철거 용역들 만행 더 알려져야 됨”, “사람 있는 컨테이너를 저렇게 해도 돼? 인류애 상실”, “‘꼬꼬무’ 너무 충격적이라 역대급으로 힘들다. 그 어떤 공포 영화보다 무섭고 소름 돋아”, “인근 주민분들 도움 주시는 거 진짜 감동”, “견뎌 내신 게 정말 대단하다. 보는 나도 트라우마 올 것 같은데”, “처벌을 전혀 받지 않았다니. 말이 되나 이게”, “그동안 어떤 마음으로 살아오셨을지 눈물 남” 등 뜨거운 반응이 쏟아졌다.
한편 ‘꼬꼬무’는 세 명의 '이야기꾼'이 스스로 공부하며 느낀 바를 각자의 '이야기 친구'에게, 가장 일상적인 공간에서 1:1 로 전달하는 프로그램으로 매주 목요일 저녁 10시 20분에 SBS를 통해 방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