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대수와 감귤

  • 2025.11.14 15:48
  • 2시간전
  • KBS

이리저리 동네를 뛰어다니며 빈 병을 찾아다니는 초등학교 6학년 대수(12). 버려진 공병을 찾기 위해서라면 옆 동네까지 가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는 대수는 공병을 팔아 하나씩 모은 동전을 갖고 곧장 과일 가게로 향한다. 대수가 이토록 공병을 줍는 이유는 단 하나. 바로 동생 은빈이(3)가 가장 좋아하는 귤을 사기 위해서라는데. 자신이 좋아하는 것보다 은빈이가 좋아하는 게 늘 우선이라는 대수는 주변에서도 알아주는 동생 바라기다.

대수는 아직 말도 못 하고 기저귀도 떼지 못한 은빈이를 품에 안아 책도 읽어주고, 은빈이에게 필요한 걸 먼저 찾아내 직접 중고 거래 물품을 받으러 가기까지 한다. 최근에는 학교 방과 후 수업으로 배운 색소폰으로 엄마와 은빈이를 위해 연주한다. 색소폰을 좋아해 학원에 다니고 싶지만, 은빈이만으로도 힘든 엄마에게 차마 말을 꺼낼 수 없다는 대수. 대수는 애써 마음을 숨기며 오늘도 은빈이가 좋아하는 귤을 사주기 위해 공병을 찾아 집을 나선다.

엄마 춘자 씨(42)는 요즘 은빈이를 향한 걱정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또래 아이들과 다르게 말도 트이지 않고 배변도 가리지 못하는 은빈이. 그저 여느 아이들보다 늦된 거라고만 생각했는데, 어린이집의 권유로 찾은 병원에서 발달 장애 소견을 듣게 되었다. 장애를 앓고 있는 오빠와 동생들 사이에서 태어난 엄마는 혹시라도 은빈이에게 그 영향을 준 것 같아 속상한 마음이 가득하다.

은빈이가 어떻게든 말이 트였으면 하는 마음에 언어치료와 각종 발달 치료를 열심히 하고 있지만, 발달 장애 외에도 사시까지 있어 수술이 필요한 상황이다. 은빈이의 수술비를 벌기 위해서라면 불러주는 곳 어디든 갈 수 있지만, 최근 계속해서 오르는 물가 때문인지 일자리가 많지 않아 막막하기만 한 엄마. 이렇다 보니 집안 살림도 중고로 마련할 수밖에 없는 데다 다른 아이들처럼 먹고 싶은 걸 마음껏 사줄 수도 없어 엄마는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가득하다.

특히 신경을 써 주지 못했는데도 대수가 불평 하나 없이 능숙하게 은빈이를 챙겨주는 모습을 볼 때마다 엄마는 대견하고 안쓰럽다. 항상 엄마와 은빈이를 먼저 위하는 대수를 생각하면 엄마는 절대 무엇 하나도 포기할 수 없다.

은빈이가 ‘오빠’라고 불러주는 것이 소원이라는 대수. 하나밖에 없는 귀여운 동생이라며 은빈이가 없으면 못 산다는 대수는 사실 은빈이와 아빠가 다르다. 대수를 낳고 얼마 지나지 않아 대수 아빠와 이혼했다는 엄마. 이후 은빈이 아빠를 만났지만, 경제적인 부담으로 혼인신고도 하지 못하고 대수와 은빈이를 키우고 있다.

홀로 두 아이를 책임져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인지 2년 전 엄마는 당뇨를 진단받았고, 은빈이를 낳고 생긴 요실금은 증상이 점점 심해져 이제는 시도 때도 없이 화장실로 뛰어 들어가야 할 정도가 되었는데. 그렇게 아픈 몸으로 은빈이와 자신을 위해 헌신하는 엄마가 걱정인 대수. 안 그래도 은빈이 때문에 걱정이 많은 엄마가 자신한테까지는 신경을 쓰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그래선지 뭘 해달라는 부탁조차 잘 하지 않는 대수를 볼 때마다 엄마는 철이 너무 일찍 들어버린 건 아닐지 늘 고맙고 미안한데. 말하지 않아도 그런 엄마의 마음을 잘 아는 대수는 오히려 보물 1호, 2호인 엄마와 은빈이를 평생 지켜주고 싶단다.

*이후 524회 ‘둘도 없는 단짝, 예린이와 할아버지’ (2025년 09월 20일 방송) 후기가 방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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