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망대해 동해 한가운데 오롯이 떠 있는 섬 울릉도. 예로부터 도둑과 공해, 뱀이 없고 바람과 향나무, 미인과 물, 돌이 많다고 하여 ‘삼무오다(三無五多)’라 불려 온 곳이다. 바람과 파도가 오랜 시간 빚어낸 울릉도는 거칠고도 깊은 얼굴을 가진 섬으로 바다가 깊은 만큼 산도 깊다. 울릉도는 탄생부터 특별해 다른 섬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독특한 지형과 원시의 숨결을 간직한 자연 생태가 온전히 남아 있다. 자연의 시간을 품은 채 푸른 바다 저편에 자리한 섬, 울릉도로 산악사진가 이상은과 마리엘 크리에이터가 길을 나선다.
푸른 동해를 가로질러 포항 영일만항에서 약 7시간. 뜨거운 화산의 힘으로 솟아오른 섬, 울릉도에 닿는다. 작은 어촌인 천부마을을 시작으로 울릉해담길 4코스를 걷는다. 오늘날에는 해안가를 따라 마을이 형성돼 있지만, 육지에서 건너온 개척민들은 바다 가까이가 아닌 산 위에 터를 잡고 화전을 일구며 살아갔다. 그 오래된 옛길을 따라 이어지는 여정. 육지와 떨어져 있어 육류가 귀했던 울릉도에서는 고기 맛이 난다고 알려진 삼나물을 캐 먹으며 삶을 이어가야 했다. 울창한 숲과 척박한 산비탈 곳곳에는 거친 섬에서도 뿌리를 내리고 살아온 울릉도 사람들의 시간이 그대로 남아 있다.
화사하다기보다는 단단하고 짙은 느낌의 울릉도 봄. 울릉해담길을 따라 다시 걸음을 이어간다. 투박하고 소박한 분위기의 마을 사이를 지나며 섬 특유의 느린 풍경 속으로 들어선다. 봄을 맞은 숲에는 야생화가 피어나고, 울창한 고사리 원시림이 길 주변을 가득 메운다. 영취산, 북한산에 이어 세 번째 여정을 함께하게 된 두 사람. 이상은 씨는 마리엘 씨에게 때 묻지 않은 한국의 자연을 보여주는 이 순간이 즐겁게 느껴진다. 길 끝에는 장쾌한 물줄기를 쏟아내는 죽암 제2폭포가 모습을 드러낸다. 숲 사이로 떨어지는 시원한 물소리가 다가올 여름을 반기는 듯 경쾌하게 울려 퍼진다.
파도와 바람이 오랜 시간 깎아 만든 거친 바위 풍경을 지나 울릉도 부속 섬 가운데 가장 큰 섬, 죽도로 향한다. 대나무가 많이 자생해 ‘죽도’라는 이름이 붙은 이 섬은 원래는 울릉도와 이어져 있었지만 오랜 침식 작용으로 떨어져 나온 섬이다. 현재 단 한 가구만 거주하고 있는 죽도. 비록 한 가구뿐이지만 주민이 실제 거주한다는 사실 자체가 해양 영토를 지키는 중요한 의미가 있다. 섬 곳곳에는 정성스럽게 가꾼 정원이 이국적인 풍경을 펼쳐놓고 섬 둘레길을 따라 새소리와 바람 소리, 파도 소리만 잔잔하게 들린다. 고요한 풍경 속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울릉도 전체가 한눈에 펼쳐진다.
다시 울릉도로 돌아와 태하마을을 뒤로하고 대풍감으로 향한다. 해안 절벽 위 데크를 따라 이어지는 길. 발 아래로는 깊고 푸른 동해가 펼쳐지고 거센 파도는 쉼 없이 바위를 두드린다. 바다를 따라 걷던 길은 어느새 울창한 숲길로 이어지고 짙은 나무 사이로 바람 소리와 파도 소리가 귓가로 스며든다. ‘바람을 기다리는 곳’이라는 뜻을 가진 대풍감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대에 이르면 울릉도의 거친 바다와 살아 있는 자연의 기운이 한꺼번에 밀려온다. “바다를 사랑하는 사람의 세계는 넓다”라는 에스토니아의 속담처럼 마리엘 씨는 울릉도의 바다를 마주하며 또 다른 세상을 향해 나아갈 힘을 얻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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