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인천광역시 부평·연수구에서 함께 살아낸 동네의 풍경을 찬찬히 들여다본다.
부평문화의거리는 부평종합시장과 부평깡시장, 부평역 지하상가를 잇는 길목에 자리한 부평 상권의 중심축이다. 이곳의 시작은 6.25 전쟁 직후 노점상들이 모여들며 형성된 시장 골목이었다. 약 30년 전부터 상인들의 자발적인 기금 조성으로 거리가 정비되며, 무대를 세우고, 행사를 열고, 거리 환경을 함께 가꿔왔다. 이곳은 한 지역의 상권이 사람들의 참여와 연대로 어떻게 살아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부평의 대표적인 거리다.
부평의 한 골목에는 1945년 문을 연 뒤 80년 가까이 3대째 같은 자리를 지켜온 중국집이 있다. 3대 이장제(45) 씨가 주방을 책임지고 있는 이 집의 대표 메뉴는 간짜장이다. 채소를 넉넉히 넣어 식감을 살리고, 면도 직접 반죽해 뽑아낸다. 3대가 지켜온 간짜장 한 그릇에는 가족의 시간과 부평 골목의 기억이 함께 담겨 있다.
부평 신촌공예공방거리에는 오랜 세월 바늘과 실로 궁중 자수의 맥을 이어온 인천 제5호 공예명장 이종애(82) 장인이 있다. 그의 손끝에서 피어나는 자수는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오랜 시간 궁중의 격식과 미감을 품어온 전통의 한 갈래다.
처음부터 명장을 꿈꾼 것은 아니었다. 생계를 위해 시작한 바느질은, 긴 세월 끝에 인천을 대표하는 공예명장으로 이름을 올렸다. 그는 공방 문을 열어두고 자수를 배우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재룟값만 받고 무료로 바느질을 가르친다. 오래된 자수를 오늘의 손끝으로 이어가려는 마음이 공방 안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인천 연수구 청학동의 한 골목, 작은 양조장에서 김관욱(36) 씨는 자신만의 맥주를 빚는다. 인천 토박이인 그는 호주와 뉴질랜드에서 맥주를 배우고, 국내 여러 지역에서 장사와 양조 경험을 쌓은 뒤 다시 고향 인천으로 돌아왔다. 그의 맥주가 특별한 이유는 인천의 자연에서 찾은 효모에 있다. 벚나무 열매인 버찌와 강화도의 보리수 열매에서 효모를 채집해 긴 분석과 실험을 거쳐 맥주로 완성한다.
이 같은 도전은 지역 특성과 자원을 활용한 창업을 지원하는 로컬기업 육성사업의 지원을 통해 한 걸음 더 나아갔다. 동네의 풍경과 지역의 시간을 한 잔에 담아내는 일. 관욱 씨의 양조장은 골목에서 시작된 작은 실험으로 인천의 새로운 맛을 빚어내고 있다.
부평에는 ‘부평지하호’라는 일제강점기 말 전쟁 중 조성된 공간이 있다. 오랜 시간 외면되던 부평지하호의 정체는 지역 조사와 주민 증언, 그리고 당시 상황을 보여주는 문서 자료가 확인되면서 드러났다.
특히 2021년 일본 방위성 문서철에서 발견된 극비 문서에는 조선인을 강제 동원해 조병창을 지하화하고, 일본 도쿄 조병창의 기능을 부평으로 이전하려 했던 계획이 담겨 있었다. 기록 속 생존자들은 1945년 봄부터 광복 직전까지 부평 조병창 지하호 공사에 강제 동원돼 하루 12시간씩 2교대로 작업했다고 증언했다. 오랫동안 새우젓 굴이나 오래된 토굴 정도로만 여겨졌던 공간이, 전쟁 말기 부평의 현실을 보여주는 장소로 다시 읽히기 시작한 것이다.
7~8월, 민어 성수기는 인천에서 18년째 민어 전문점을 운영하는 김중수(70) 씨에게도 가장 바쁜 계절이다. 하지만 그는 계절만이 아닌, 6~9kg 대형 민어도 고집한다. 특히 여름철에는 살이 두툼하고 식감이 단단해 감칠맛이 뛰어난 수컷 민어만 사용한다.
김중수 씨만의 특별 숙성법을 거친 민어는 다양한 음식으로 손님상에 오른다. 숙성 민어회는 쫀득한 식감과 깊은 감칠맛을 내고, 민어 뼈와 황기, 더덕을 넣고 오랜 시간 고아 낸 민어탕은 진한 보양식이 된다. 8kg이 넘는 대형 민어에게서만 얻을 수 있는 턱살과 볼살은 별미인 민어머리찜이 된다. 18년 내공으로 차려 낸 김중수 씨의 민어 한 상을 맛본다.
대한민국에서 폐지를 가장 비싸게 사는 청년이 있다. 러블리페이퍼 기우진(45) 대표다. 그는 폐지를 줍는 어르신들을 ‘자원재생활동가’라 칭하며, 일반 시세보다 6배 높은 값으로 폐박스를 매입한다. 낮게 평가되기 쉬운 어르신들의 노동을 다시 바라보는 일이기도 하다.
또한 매입한 폐박스를 종이 캔버스로 만들고, 작가들의 손에서 작품으로 재탄생한다. 폐침대 시트와 쌀 포대를 결합한 ‘종이가죽’은 가방과 지갑 같은 제품으로도 만들어진다. 러블리페이퍼는 동네 안에서 사람과 자원이 다시 순환하는 길을 만들어가고 있다.
인천광역시 부평·연수구의 골목에는 오래된 것과 새로운 것, 사람과 사람, 삶과 삶을 이어온 이들이 있다. 7월 4일 토요일 저녁 7시 10분, 377회 ‘같이 잇다, 그 골목 - 인천광역시 부평·연수구’ 편에서 그 따뜻한 연결고리가 담긴 풍경을 만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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