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노인들의 3분의 1 이상이 생의 마지막을 보내는 곳, 요양병원. 하지만 병원 내부에선 낙상과 추락, 욕창 같은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심지어 학대 의혹도 이어지는 상황. 또 병실은 왜 이렇게 조용한 것인가. 노인들은 왜 낮에도 잠을 자는 것일까. 혹시 노인들은 쉽게 관리하기 위해 너무나 많은 약을 처방하고 있는 건 아닐까. ‘초고령사회의 민낯’ 2부작 1부, 요양병원의 잠든 노인들은 외부의 시선이 닿기 어려운 요양병원 안에서 반복되는 사고와 돌봄의 빈틈을 추적한다.
정진우(가명) 씨는 구순을 앞둔 어머니의 골절상 치료를 위해 요양병원을 선택했다. 그러나 입원 2주 만에 어머니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어머니는 정 씨와의 전화 통화에서 평소와 달리 잠에 취한 듯 횡설수설하며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 이상한 점은 또 있었다. 입원 3주 만에 체중이 10kg 빠진 것이다. 입원 전까지 골절상을 제외하곤 건강하던 어머니의 상태가 급격히 악화되자, 가족들은 결국 퇴원을 결정했다.
그런데 이후 어머니의 진료기록을 확인한 가족들은 또 다른 의문이 생겼다. 진료기록에 여러 종류의 향정신성 의약품과 항정신병 약물이 반복적으로 처방된 사실이 남아 있던 것이다. 가족들이 항의하자 병원 측은 어머니의 중증 치매 증상을 조절하기 위한 약물이라고 설명했다. 불안을 완화하기 위해 항불안제와 수면제를 처방한 것이라는 답변이었다. 하지만 가족들은 이를 납득할 수 없었다. 불과 몇 주 전까지만 해도 어머니에게 중증 치매 증상은 찾아보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퇴원 후 다른 병원에서 시행한 치매 검사(K-MMSE)에서도 역시 중증 치매가 아닌 경도인지장애 수준이란 결과가 나왔다.
가족들은 어머니에게 처방된 약물이 정말 중증 치매 치료를 위한 것이었는지, 아니면 다른 목적이 있었던 것은 아닌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김철수 (가명) 씨도 요양병원에서 발생한 어머니의 낙상 사고 이후 비슷한 의문을 품게 됐다. 병원에서 90세가 넘은 어머니에게 벤조디아제핀 계열 수면제를 8개월 넘도록 매일 처방하고 있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약물을 ‘노인 부적절 약물’로 분류하고 처방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몸이 약한 고령 환자의 경우 약에 더 민감하게 반응해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부작용으로는 졸림과 어지럼, 섬망, 낙상 위험 증가 등이 꼽힌다. 미국노인병학회가 제시한 ‘노인 부적절 약물’에는 항정신병 약물과 벤조디아제핀계 약물, 졸피뎀 계열 수면제 등 향정신성 약물이 포함돼 있다.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서미화 의원에 따르면, 수면제 처방량이 많은 요양병원 100곳의 환자 1인당 평균 수면제 처방 건수는 122건에 달한다고 한다. 이는 일반 병원보다 20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일부 요양병원에서 이러한 약물을 치료 목적을 넘어 치매 환자의 행동을 억제하거나 관리하기 위한 수단, 이른바 ‘화학적 구속’의 용도로 사용하고 있을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의료법상 요양병원은 일평균 입원환자 6명당 간호인력 1명을 두어야 한다. 야간에는 환자 80명당 간호인력 1명으로 기준이 완화된다. 이 중 3분의 2까지는 간호조무사로 대체할 수도 있다. 부족한 간호인력을 메우는 것은 간병인들이다. 식사와 배변, 위생 관리 등 일상적인 돌봄은 물론. 욕창 방지를 위한 체위 변경과 환자들의 이상 징후를 발견하는 것까지 모두 간병인들의 몫이다.
그러나 비슷한 업무를 하는 요양원(요양시설)의 요양보호사와 달리, 간병인은 별도의 국가 자격이나 교육 기준이 없다. 간병인은 대부분 병원의 직접 고용 형태가 아닌 민간 간병업체를 통해 공급된다. 사고가 발생해도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고, 서비스의 질을 병원에서 관리하기 쉽지 않다. 또한 간병 서비스 자체에 대한 보건 당국의 관리, 감독도 미비한 상황이다.
부족한 간호인력 기준과 간병인 관리 체계의 부재 속에서 요양병원 내 돌봄은 사실상 제도적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제도의 빈틈 속에서 요양병원의 노인들은 과연 안전하고 존엄한 돌봄을 받을 수 있을까. 1462회 ‘초고령사회의 민낯‘ 2부작 1부, 요양병원의 잠든 노인들은 2026년 6월 26일 금요일 밤 10시, KBS 1TV에서 방송된다.
<추적 60분> 야간엔 노인 80명당 간호인력은 1명뿐...돌봄도, 존엄성도 사라진 요양병원의 실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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