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39도 폭염에 겨우 채운 다섯 박스의 복숭아...장애 아빠와 열다섯 서현이네

  • 2026.08.07 14:33
  • 2시간전
  • KBS

달콤한 복숭아가 무르익은 계절. 마을 곳곳에서 복숭아 수확으로 분주하지만, 서현이네 복숭아밭에는 무거운 한숨이 내려앉았다. 지난봄 냉해를 입어 열매도 거의 열리지 않은 데다, 계속된 가뭄에 그나마 열린 복숭아도 제대로 크지 못한 상황이다. 꼬박 일 년을 기다려온 수확 철인데, 건질만한 복숭아를 찾는 게 더 어려울 정도다.

남들은 몇십 박스씩 수확할 때 어렵게 복숭아 다섯 박스를 채운 아빠. 이웃에서도 올해는 어떻게 먹고사냐며 걱정해 줄 정도니, 그야말로 비상이다.

사실 농사도 문제지만, 점점 일이 버거워지는 아빠의 건강도 큰 문제다. 창창한 20대 후반에 교통사고로 다리를 크게 다쳐 장애를 갖게 된 아빠 만섭 씨(68). 관절도 닳을 대로 닳아 걷는 것도 불편한 데다, 허리 협착증 수술 이후 몸이 더 안 좋아졌다. 하지만 39도까지 치솟는 폭염에도 밭일을 거르는 법이 없다.

불편한 몸 때문에 결혼은 남의 일이라 생각하고 살아오던 차, 지인의 권유로 늦게나마 인연을 맺게 된 아내. 늦은 나이에 얻은 보물 같은 딸과 고생만 시켜 미안한 아내를 생각하면 아빠는 쉴 수가 없다. 아직 수확 시기가 남은 복숭아라도 살려보려 애를 쓰는 아빠는 하나뿐인 딸의 뒷바라지만큼은 걱정 없이 해주고 싶은 마음뿐이다.

오늘도 부모님 일손을 덜어주느라 하루가 바쁜 서현이(15). 밭일하느라 고생하는 엄마, 아빠 대신 집안일은 기본이다. 복숭아밭도 오가야 하고, 약수도 뜨러 다닌다. 고등학생이 되면서 이번 방학부터는 캠핑장 청소 일도 시작했다. 매년 농사 때문에 근심 걱정이 가득한 부모님을 보며 서현이도 마음이 무겁기는 마찬가지다. 학원비도 부담이 되는 형편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 싶어 힘들게 구한 아르바이트다.

집안 벽면 가득 걸린 서현이의 상장은 아빠의 자랑이자 보물이다. 어릴 적, 입에 풀칠하기도 힘들었던 형편에 백 원이던 기성회비를 낼 돈이 없어 초등학교도 겨우 다녔던 아빠 만섭 씨. 가난 때문에 배우지 못한 설움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딸만큼은 그 마음을 몰랐으면 싶어 어떻게든 학원 하나라도 보내려 애써왔다. 아빠의 그런 마음을 잘 알지만 자신 때문에 무리하는 것 같아 속상한 서현이. 땀 흘려 일하는 아빠의 곁에서 서현이도 아주 바쁘고 뜨거운 여름을 보내는 중이다.

할아버지 때부터 지내온 50년 넘은 보금자리. 깨진 기와 사이로 천장에서는 물이 새고, 벽에 가득 핀 곰팡이에 방 한 칸은 창고로 전락한 지 오래다. 몇 년째 부엌에 자리를 펴고 지내는 엄마와 아빠. 서현이 방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곰팡이는 신문지로 상대하면 된다”며 서현이가 싫은 내색 없이 지내주는 모습에 엄마와 아빠는 미안한 마음뿐이다.

걱정할 일만 점점 늘어나고 있지만, 세 식구 함께할 때면 힘든 일도 웃음으로 헤쳐나가는 서현이네. 가뭄 앞에서는 부부가 합심해 저수지 물도 끌어오고, 공판장에 내지 못한 복숭아 중에서도 괜찮은 것들을 고르고 골라 장에 나가 팔기도 한다.

곧 또 한 번의 수확을 앞둔 복숭아나무. 크고 좋은 열매로 자라기를 바라며 서현이가 비장의 무기까지 준비했다. 열매 한 알 한 알마다 가족의 사랑과 노력이 고스란히 담긴 복숭아. 올여름, 가족의 간절한 바람은 과연 달콤한 결실을 볼 수 있을지, 8월 8일(토) 오후 6시 KBS 1TV에서 방송되는 ‘동행’이 함께한다.

*이후 562회 ‘엄마를 지키는 열다섯 똑순이’ (2026년 6월 13일 방송) 후기가 방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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