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총 조사에서는 교사 10명 중 8명이 교육활동 침해를 직·간접적으로 경험했고, 이 가운데 72.3%는 보복 민원에 대한 우려와 심리적 부담 때문에 신고조차 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2023년 서이초 사태 이후 교권을 보호하기 위한 법과 제도는 잇따라 마련됐다. 하지만 교실에는 쏟아지는 민원과 고소가 끊이지 않고, 교사는 어느 순간 교육자가 아닌 피고소인이 되고 아이들은 수업에서 방치되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
서로를 녹취하고, 민원과 고소에 대비해 법적 대응부터 준비하는 학교.법과 민원에 짓눌린 사이 교육이 사라지고 있는 교실의 민낯을 “PD수첩”이 들여다봤다.
제주도의 한 초등학교 교사에게 결혼식은 공포의 시간이 됐다. 2년 전 담임을 맡았던 학생의 학부모에게 협박을 받았기 때문이다. 학부모는 교사의 결혼식 일정을 언급하며 “네가 자식 낳으면 나보다 먼저 죽길 바라겠다”는 발언까지 서슴지 않았다. 자녀가 초등학생 시절 선생님들로부터 아동학대를 당해, 중학생이 된 지금 건강 상태가 나빠졌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폭언이 끝이 아니었다. 학부모는 1학년부터 6학년 담임 교사 전원을 포함해 교장·교감, 교육청 공무원까지 총 13명을 아동학대 혐의로 고소했다. 반성문을 쓰게 하거나 운동장에서 종례를 하는 등의 일상적인 생활지도가 모두 범죄 혐의로 둔갑했다. 학부모는 “PD수첩”에 사실 확인과 문제 해결을 위한 정당한 고소라 주장했지만, 교사들에게 남은 것은 회복하기 어려운 무력감과 공포였다.
군산의 한 고등학교 교사들은 1년 전 끝난 줄 알았던 한 사건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한 학부모가 교사 6명과 교육청, 인권센터 등을 상대로 반복해서 민원을 제기하며 학교가 대응한 횟수만 103회에 달했다. 조사와 진술, 자료 제출과 사실 확인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시작은 학생들 사이의 갈등이었다. 당시 학교는 학부모에게 상황을 알리고, 학생들의 의사를 확인해 사건을 생활교육으로 지도했다. 하지만 1년여 뒤, 한 학부모가 학교가 학교폭력을 제대로 처리하지 않고 은폐·축소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학교는 학부모의 요구에 따라 1년 전 사안에 대한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까지 열었다.
그럼에도 민원은 멈추지 않았다. 결국 교육 당국은 두 차례에 걸쳐 교사들에 대한 교권 침해를 인정했지만, 학부모는 처분 취소를 요구하는 행정심판을 제기했다. 한 사안을 둘러싼 민원과 법적 절차가 끊임없이 이어지면서, 학교는 반복되는 민원에 대응하느라 교내 행사와 업무에 차질을 빚었다. 그사이 교사 5명이 공황장애와 우울증 등으로 병가를 냈다.
지난 2024년 “PD수첩”은 악성 민원으로 몸살을 앓던 전주의 한 초등학교를 취재했다. 한 학부모가 학교 홈페이지와 문자, 전화 등으로 학교에 연락한 횟수는 1년 동안 189차례. 담임교사가 여섯 번 바뀌었고, 교감은 스트레스로 안면마비까지 겪었다.
2년이 지난 지금, “PD수첩”이 다시 찾은 학교는 여전히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었다. 지난해 해당 학생의 담임이었던 교사는 지속된 민원과 고소로 제대로 된 수업을 진행할 수 없었으며, 전교생은 절반 가까이 줄어 있었다. 학부모가 수업 중 교실에 무단으로 들어오는가 하면, 아동학대 신고를 받은 경찰이 출동해 교사가 수업 중 자리를 비우는 일까지 발생했다.
피해는 누구의 몫이었을까. 해당 학부모가 ‘아이가 담임을 무서워 한다’며 자녀를 학교에 보내지 않는 사이, 같은 반이었던 친구들은 중학생이 됐다. 하지만 해당 학생은 출석일 부족으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초등학교 유급이 결정됐다. 끝나지 않은 민원과 고소 속에 학교와 아이의 시간도 멈춰버렸다. 그 시간 속에서 아이들은 무엇을 보고 무엇을 배웠을까.
?최근 드라마 '참교육'이 화제를 모으면서 교권을 지키는 현실판 해결사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경기도교육청은 전국 최초로 '교권보호단'을 신설하고, 당초 50명 예정이던 선발 인원을 300명으로 확대했다. 교사가 혼자 감당해 온 학부모와의 갈등에 교육청이 직접 나서겠다는 것이다. 드라마 속 해결사가 현실에서도 무너진 교실을 지킬 수 있을까. 교사의 권리와 학부모의 정당한 요구, 그리고 끝내 지켜내야 할 아이들의 교육권이 공존할 길을 짚어보는 “PD수첩” '모두가 아이를 위한다고 말했다'는 오늘 18일(화) 밤 10시 20분에 방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