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한 바퀴> 달이 차오른다 – 전라남도 영암군 편

  • 2025.10.02 15:56
  • 5시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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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네 한 바퀴’ 339번째 여정은 월출산 아래 달빛 고운 고장, 영암으로 떠난다.

해발 420m, 백룡산의 남쪽 산자락에 조성된 ‘덕진 차밭’. 1979년도에 조성돼, 5만여 평의 드넓은 차밭을 재래종 찻잎이 가득 메우고 있다. 그 정상에 오르면 가을 햇살 받은 차밭과 월출산이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경을 선사한다. 동네 지기 이만기도 차밭을 거닐며 월출산 기운 한 몸에 받고 오늘의 여정을 시작한다.

영암은 무화과의 고장이다. 특히 영암에서도 무화과 재배량 중 2% 정도에 불과하다는 재래종 무화과를 농사짓는 천안기 씨를 만났다. 한창 수확 철인 요즘, 좀 더 신선한 무화과를 공판장에 보내기 위해 그는 매일 밤 12시, 아내와 함께 무화과밭으로 향한다. 모두가 잠든 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구슬땀 흘려가며 무화과 수확을 하지만 그의 얼굴엔 힘든 내색이 없다. 누구보다 좋은 품질의 무화과를 생산하려는 농부로서 자부심과 함께, 늦게 결혼해 얻은 4남매가 천안기 씨의 원동력이기 때문이다. 천상 농부의 사랑이 담긴 무화과밭을 찾아간다.

과거, 여인들이 정갈하게 머리를 빗을 때 쓰던 우리나라 전통 빗 ‘참빗’. 전국에서 유일하게 임금님에게 진상할 정도로 300여 년 전인 조선시대부터 마을 전체가 참빗을 만들었다는 망호정마을. 그곳에서 유일하게 참빗의 명맥을 이어가는 주민은 올해 여든이 된 이상평 씨. 마을 뒷산 대나무밭에서 4년 남짓 키운 대나무를 베어 수차례 깎고, 110개 되는 빗살을 실로 엮는 작업까지, 모든 과정은 기계가 아닌 사람 손이 가야 한다. 영암의 참빗이 영영 사라질까 걱정하던 그에게 든든한 후계자가 생겼다. 서울에서 미용실을 운영하던 아들이 1년 전 내려와 아버지의 일손을 거들고 있는 것. 그 옛날 조상들이 그래왔듯, 아들과 함께 망호정마을의 전통을 이어간단 생각에 마음 뿌듯하다.

추석 명절 앞두고 사람들로 북적이는 신북면의 한 마트 앞마당에 직거래 장터가 열렸다. 단단하고 당도 좋은 배를 비롯해, 고구마, 곶감, 멜론 등. 영암 황토밭에서 키운 특산물들로 가득 채워졌다. 풍작만큼 후한 인심으로 지나던 동네 지기 발길을 붙들고 영암 특산물들 맛보여주기 바쁜 영암 사람들이다. 입으로는 특산물을 맛보고, 귀로는 영암 주민들이 늘어놓는 특산물 자랑에 동네 지기가 이만기가 이른 명절 분위기를 한껏 만끽했다는 후문이다.

월출산 아랫동네, 드넓은 한옥 마당에서 쪽 천연 염색에 한창인 부부를 만났다. 염료가 되는 식물 ‘쪽’을 직접 재배하며 다양한 염색 작품을 만든다는 이혜숙, 서승용 부부. 여느 천연 염색 작품들과 달리, 천 안에 월출산과 둥근 보름달을 새겨넣어 한 폭의 동양화처럼 표현한 것이 부부의 작품 특징이다. 과거, 영암에서 학원을 운영하며 큰돈도 벌었지만, 지인들에게 보증을 서주고 돈을 돌려받지 못해 빚더미에 앉았다. 친정어머니가 하던 천연 염색을 취미로 시작하며 스스로를 위로하고 달래다 보니 어느새 천연 염색에 빠지게 됐다. 이제는 영암에서 다양한 작품 활동은 물론 영암을 너머 다른 지역에서도 배우러 올 정도로 염색 계의 스타가 됐다.

닭 요리는 많고 많지만, 멋 내지 않은 이색 요리로 24년간 한 자리를 지킨 부부의 식당이 있다. 직접 키운 씨암탉을 갓 잡아 닭육회를 시작으로 닭구이, 닭내장탕까지 닭 한 마리 한 상을 차려주는 박순님, 김용수 부부. 집안 형편상 못 배운 게 설움이었다는 순님 씨는 내 자식들은 부족함 없이 공부시키고 싶어 시작한 식당으로 그 꿈을 다 이뤘다. 이제는 노년의 삶을 즐기며 편히 쉴 법도 한데, 또 다른 목표가 생겼다. 바로 손주들 용돈 주는 재미다. 자식들 키울 땐 몰랐던 보람까지 느낀다는 부부의 닭 요리 한 상을 소개한다.

1930년대부터 대중의 사랑을 받아온 ‘트로트’. 지금까지 이어져 온 오랜 트로트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영암한국트로트가요센터’를 찾았다. 1930년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시대별 트로트를 감상하는 건 물론, 시대를 대표하는 트로트 가수들의 이야기도 함께 만날 수 있다. 센터 내 2층에는 가수 하춘화의 고장 ‘영암’ 답게 하춘화 씨의 아버지 ‘하종오’ 씨가 딸이 6살에 데뷔한 후 50년간 꾸준히 모은 자료들이 전시되어 있다. 영암한국트로트가요센터에 방문해 트로트의 역사를 살펴보고, 영암의 자랑 ‘하춘화’가 트로트의 거장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감상한다.

연고 없는 영암에 내려와 홀로 손자 키우며 14년째 영암살이를 이어가고 있는 배재희 씨. 아들을 대신해 손자를 키우게 됐다는 그녀. 육삭둥이로 태어나 유독 몸이 약했던 손자를 살리기 위해 건강한 먹거리를 만들러 시골로 들어왔다. 지금 그녀의 집 앞마당엔 장독들은 손자 살리겠다며 만든 어육간장 항아리들이다.

귀한 간장에 타고 난 음식 솜씨도 한몫했지만, 무엇보다 손자를 향한 정성이 통했던 걸까. 병원에서조차 희망적이지 않다고 했던 아픈 손자는 어엿한 고등학생이 됐다. 할머니가 엄마고 엄마가 할머니라며, 할머니 없이는 못 산다고 말해주는 손자의 애정 고백에 배재희 씨는 마음고생 많았던 지난 세월이 눈처럼 녹아내린다.

조선시대 왜구의 침입을 막기 위해 만들어진 ‘영암읍성’. 옛 영암읍성 터에 조성된 달맞이 공원은 달을 형상화한 조형물과 보도교가 생기며 더욱 이색적인 풍경을 자아낸다. 월출산 위에 환히 뜬 보름달을 감상하기에 제격인 달맞이 공원은 사진 명소이자, 시민들의 쉼터. 그 달맞이 공원에서 영암의 여정을 마무리하며 월출산 보름달과 함께 시청자들에게 반가운 추석 인사를 전한다.

월출산 휘영청 밝은 달처럼, 넉넉하고 풍요로운 삶을 사는 이들의 이야기는 10월 4일 토요일 저녁 7시 10분, KBS 1TV ‘동네 한 바퀴’ 339회 ‘달이 차오른다 – 전라남도 영암군’ 편에서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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