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밥상> ‘공사창립기획’ 마음을 잇다 - 아주 특별한 인연의 한 끼

  • 2026.03.04 10:33
  • 2시간전
  • KBS

 1973년 공사 창립 이후 KBS는 전파라는 보이지 않는 길을 통해 사람과 사람, 지역과 지역을 잇고, 어제와 오늘을 잇는 가교가 되어왔다. 기적 같은 만남으로 대한민국을 울린 특별생방송 ‘이산가족을 찾습니다’부터 예고 없이 찾아온 위기의 순간 공동체를 지켜낸 헌신, 그리고 국토의 끝까지 전파를 전하며 섬마을의 안녕을 지키는 사람들까지, 울고 웃으며 우리네 삶과 함께 해온 공영방송의 53년, 그 시간이 이어준 귀한 인연과 맛의 사연을 만난다.

 “누가 이 사람을 모르시나요”라는 첫 소절만 들어도 생생하게 떠오르는 장면이 있다. 1983년 6월 30일부터 11월 14일까지, 138일이라는 세계 최장 시간 생방송으로 진행된 ‘이산가족을 찾습니다’는 1만 명이 넘는 기적 같은 가족 상봉으로 전 국민을 텔레비전 앞에서 울게 했다. 2015년, 방송 녹화 테이프 등 2만여 건의 방송 자료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어 그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기도 했다.

 당시 절절한 사연과 극적인 상봉 장면이 화제가 됐던 허현철(86)·허현옥(84) 남매. 땅에 떨어진 흙 묻은 참외 껍질을 주워 먹던 마지막 기억을 간직한 채 헤어져 살아온 남매는 33년 만에 방송 화면으로 본 서로의 얼굴을 단번에 알아봤다. 그렇게 또 43년이 흘렀고, 여든을 훌쩍 넘긴 남매가 오랜만에 꿩만두를 빚으며 마주 앉았다. 고향인 황해도 개성에서 아버지를 따라나섰던 꿩 사냥의 기억이 생생한 ‘꿩만두’와 명절이면 제일 먹기 싫었다던 ‘꿩떡국’, 그리고 헤어지던 날의 뼈아픈 추억을 간직한 ‘참외 껍질 무침’까지. 길었던 외로움의 시간을 서로의 온기로 채우며 살아온 기적의 주인공들을 만난다.

 동쪽 끝, 방송 전파가 닿는 가장 먼 곳에 자리 잡은 울릉도는 1960년대까지만 해도 라디오조차 일본 방송이 더 잘 잡히던 소외 된 섬이었다. 1975년, KBS울릉중계소가 세워지면서 비로소 울릉도는 물론 독도까지 TV와 라디오를 쉽게 보고 들을 수 있게 됐고, 육지 밖 세상과 이어진 전파라는 새 길이 열렸다.

 장비 점검을 위해 눈 덮인 산길을 오르는 강석원 소장과 엔지니어 김익주 씨. 허벅지까지 쌓인 눈을 헤치고 가파른 산길을 오르내리는 고단한 여정이지만, 전파가 끊기면 섬 전체가 고립된다는 사명감이 이들을 움직인다. 산꼭대기 중계소엔 물이 없어 깨끗한 눈을 녹여 끓여 먹는 ‘눈물라면’은 최고의 호사다, 4명의 중계소 직원을 위해 8년째 삼시세끼를 책임지고 있는 울릉도 토박이 김옥분 셰프. 매서운 겨울 파도를 견디며 바위에서 뜯어낸 귀한 ‘긴잎돌김전’부터, 코를 찌르는 쿰쿰함 속에 녹진한 감칠맛을 숨겨둔 마성의 향토 음식 ‘오징어누런창찌개’에 이맘때 제일 맛있다는 ‘볼락회무침’까지 거친 자연과 맞서며 뭍과 섬을 잇는 전파 파수꾼들의 맛깔스러운 울릉도 살이를 들여다본다.

 달천강 변에 자리한 괴산댐 아래 첫 동네, 외사리 마을. 빗방울만 굵어져도 밤잠을 설치는 이곳 주민들에게 실시간 재난방송은 생명을 지켜주는 든든한 길잡이다. 지난 2023년 7월, 기록적인 폭우로 괴산댐이 넘쳤던 새벽에도 마찬가지였다. 밤새 재난방송을 주시하던 마을 이장과 주민들의 발 빠른 대처 덕분에, 단 한 명의 인명 피해 없이 무사히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마을 사람들에게 수해는 잊을 수 없는 깊은 상처다. 46년 전인 1980년 여름, 예고 없이 들이닥친 성난 물줄기에 마을이 통째로 쓸려갔던 아픈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남지 않은 폐허 속에서도 주민들은 쉬어버린 보리밥에 누룩을 섞어 만든 시큼 달달한 ‘찬밥버무리’를 나눠 먹으며 서로를 다독였고, 그렇게 함께 절망을 딛고 일어섰다. 장마가 무사히 지나가면 강이 내어주는 다슬기에 아욱을 넣어 구수하게 끓여낸 ‘다슬기아욱국’과 무를 듬뿍 넣고 시원하게 끓인 ‘새뱅이(민물새우)탕’이 상에 오른다. 자연의 가혹함 속에서도 함께 어려움을 이겨내고 서로를 보듬으며 살아온 외사리 마을 사람들의 끈끈한 공동체 밥상을 만난다.

  • 출처 : KBS
  • KBS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