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면적의 1.6배에 이르는 땅을 집어삼킨 화마 속에서 다시 삶을 일궈가고 있는 경상북도 의성군 단촌면 주민들 곁에서 이 72시간을 함께한다.
2025년 3월, 경북 의성군에서 시작된 대형 산불은 주민들의 터전과 소중한 기억을 무너뜨렸다. 모든 것을 앗아간 그날로부터 1년. 상처의 시간을 지나 서로의 아픔을 보듬으며 조금씩 일상을 회복해 가는 주민들이 모습은 지금 어떨까. 은 의성군에서도 가장 피해가 큰 지역인 단촌면 하화1리와 구계2리를 찾아 산불 1년 후의 시간을 기록한다.
삶의 터전을 잃은 다른 주민들은 여전히 임시 주택 단지에 머물며 하루하루를 버텨내고 있다. 흔적만이 남은 집터 위에 다시 ‘삶’을 세우기 위해 주민들은 하나둘 재건축을 준비하며 무너진 일상을 일으켜 세우고 있다.
산불 이후 하화1리에서 가장 먼저 지어진 마부진 씨(85세)의 집. 아직은 휑한 벽 한 켠. 새로 세워진 집은 단정하고 번듯한 모습을 갖추었지만 불길 속에 사라진 추억의 빈자리까지 채워주지는 못하는 듯하다. 아내 손말림 씨(79세)는 자식들이 자라가는 모습을 담아둔 사진들, 함께 여행하며 남겨두었던 소중한 기억들마저 모두 불에 타 버린 것이 못내 아쉽다고 연신 말한다.
단촌면에서도 깊은 산골 오지에 자리한 구계2리 외천마을. 산불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곳이지만 임시 주택에 머무는 할머니들은 마을 중앙 경로당에 모여 함께 끼니를 나누며 힘든 시간을 버텨내고 있다.
마을 할머니에게 삶을 복구하기 위한 첫걸음은 장을 담그는 일이다. 간장을 달일 때 쓰겠다며 힘겨운 몸을 이끌고 밭에서 나무를 가져오는 권화순 씨(88세). 애지중지하던 메주가 타버리는 바람에 일평생 처음으로 메주를 사서 장을 담갔다며 장독을 보여준다. 화마는 모든 것을 앗아갔지만 오랜 세월 몸에 밴 삶의 방식과 그 결까지 태울 수는 없었다.
산불이 발생해 마을을 떠나고 잿더미가 된 터전을 마주한 지 꼭 1년이 되는 3월 25일. 구계2리 주민들은 그날 오후 4시를 아직도 잊지 못한다고 입을 모은다. 류시국 이장님(64세)은 오늘도 직접 마을 방송 대본을 써 내려간다. 하지만 오늘의 방송은 여느 날과는 조금 다르다. 일상이 무너져 내린 그날. 1년의 기억을 천천히 되짚으며 한 글자 한 글자 마음을 눌러 담아 적어 내려간다.
새로운 봄을 맞은 단촌 마을의 안부를 묻는 72시간, 719회 ‘영남 산불, 그 후 1년 – 의성군 단촌면 72시간’은 오는 4월 20일 월요일 저녁 8시 30분 KBS 2TV에서 방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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