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밥상> 실치·낙지·숭어...5월의 항구를 들썩이는 봄의 ‘진객’들 등장!

  • 2026.05.21 11:27
  • 1시간전
  • KBS

따스한 해류를 타고 연안으로 5월의 귀객들이 돌아온다. 오동통하게 살이 올라 씹을수록 감칠맛이 깊어지는 5월의 바다가 차려 낸 성찬과 만난다,

모든 생명이 기지개를 켜는 봄, 그중에서도 자연의 생명력이 가장 뜨겁게 요동치는 곳은 단연 푸른 바다다. 날이 풀리기 시작하면 바닷속 생명들은 산란을 준비하며 제 몸에 빈틈없이 살을 채워 넣는다. 따스한 해류를 따라 연안으로 돌아온 5월의 진객들. 지금이 아니면 맛볼 수 없는 실치부터 펄 속에서 봄의 기운을 채운 낙지, 단맛이 꽉 찬 숭어와 통통하게 살이 오른 갑오징어까지. 이들은 봄 바다가 내어주는 진미이자 어촌 마을을 들뜨게 하는 희망의 소식이다. 5월 한 달, 짧아서 더 찬란한 바다의 보물들을 만나러 간다.

충남 당진 장고항에 다시금 '실치의 계절'이 찾아왔다. 조업이 절정에 달한 5월의 포구는 그 어느 때보다 생동감이 넘친다. 여명을 딛고 바다로 향하는 어부들은 풍어에 대한 설렘으로 가득하고, 마을 어르신들은 실치포를 뜨느라 분주한 하루를 보낸다.

멸치 못지않게 성질이 급한 탓에 뭍에 올라오자마자 죽는다는 실치. 그러다 보니 오직 장고항 현지에서만 온전히 맛볼 수 있는 음식들이 있다. 쫄깃하면서도 부드러운 식감이 일품인 실치회부터, 구수하고 시원한 실치된장국, 진한 해산물 육수에 실치를 듬뿍 넣고 끓여낸 실치 칼국수와 바삭하게 구워낸 실치전까지. 지금이 아니면 다시 일 년을 기다려야 하는 장고항 실치 밥상을 만나본다.

전라남도 목포시 산정동. 이곳에는 낙지가 맺어준 아주 특별한 인연이 있다. 목포에 놀러 왔던 이근아 씨(56세)는 아홉 살 연하의 운명진 씨(47세)를 운명처럼 만났다. 당시 남편 명진 씨가 아내에게 건넨 최고의 유혹은 "낙지를 원 없이 먹게 해주겠다"는 약속이었다. 그야말로 낙지가 두 사람의 오작교가 되어준 셈이다. 20년 차 베테랑 어부인 명진 씨는 해마다 달라지는 바다 사정에 몇 해 전부터는 장흥 득량만까지 원정 조업을 나간다. 어부들의 애달픈 마음을 알아주는 걸까. 5월의 바다는 미끼를 던지는 족족 낙지를 내어주며 간만에 풍어의 기쁨을 선사한다.

남서해안에서 잡히는 낙지는 다리가 가늘고 길어 세발낙지라 불리는데, 특히 산란을 앞둔 5월의 낙지는 야들야들하고 부드러워 최고의 식감을 자랑한다. 밤새 남편이 잡아 온 낙지로 차린 아내 근아 씨의 밥상에는 남편에 대한 애틋함이 가득 담겨 있다. 갖은 채소와 북어 대가리로 깊게 우려낸 육수에 낙지를 살짝 데치듯 끓여낸 연포탕, 봄철 세발낙지의 맛을 정직하게 담아낸 낙지탕탕이, 그리고 나른한 봄날 잃어버린 입맛을 확 깨워주는 매콤한 낙지호롱 양념볶음까지. 봄 갯벌이 부부에게 선사한 풍성한 밥상을 만나러 간다.

대한민국 육지의 최남단, 전라남도 해남군 송지면. 칠흑 같은 어둠을 뚫고 바다로 나가는 이찬혁(47세)·김희정 씨(47세) 부부의 마음은 설렘으로 가득하다. 바야흐로 생명이 요동치는 5월이기 때문이다. 이맘때면 따스한 해류를 따라 먼바다의 물고기들이 남쪽 연안으로 몰려오고, 산란을 앞둔 주인공들은 저마다 살을 통통하게 찌우며 가장 맛있는 시간을 맞이한다.

바다가 풍성하면 인심도 넉넉해지는 법. 오랜만의 풍어에 이웃 어르신들을 초대해 정성껏 밥상을 차려 낸다. 내장까지 통째로 쪄내 녹진한 먹물과 함께 맛보는 갑오징어 통찜부터, 쫄깃하고 찰진 맛이 절정에 달한 보리숭어로 버무린 숭어회무침, 그리고 아는 사람만 안다는 귀한 별미 숭어 밤(위) 무침까지. 여기에 장어와 도다리, 돔 등 호화로운 식재료를 아낌없이 넣어 끓여낸 구수한 된장 매운탕은 그야말로 바다의 보약이다. 5월의 바다처럼 풍요롭고, 해남 사람들의 마음처럼 넉넉한 어촌의 봄 성찬을 만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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