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꼬꼬무’가 탁구대의 네트보다 높은 거대한 이념의 벽을 뚫은 러브스토리로 깊은 감동을 자아냈다.
지난 23일 방송된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연출 안윤태, 이큰별, 문치영, 이하 ‘꼬꼬무’) 233회에는 세븐틴 버논, B1A4 산들, 배우 김수진이 리스너로 출연해 한 편의 드라마 같았던 냉전 시대의 국경 초월 로맨스를 이야기했다.
이야기는 1984년 파키스탄 아시아탁구선수권대회에서 대한민국 안재형과 중국(당시 중공) 자오즈민이 운명처럼 마주한 순간부터 시작됐다. 상대 전력을 분석하던 안재형의 눈에 코트를 누비던 자오즈민의 모습이 박혔고, 그는 단숨에 마음을 빼앗겼다. 자오즈민은 실력은 물론 ‘선수촌 최고 미녀’로 꼽히던 중국의 탁구 간판스타였다. 언어도 통하지 않는 삼엄한 현실 속에서 안재형이 건넨 것은 오직 “니하오”라는 짧은 인사와 바디랭귀지뿐이었다. 당시 대한민국과 중국은 6·25 전쟁 이후 총을 겨눴던 적성 국가이자 수교조차 없던 냉전 국가였기에, 두 사람의 관계는 무척이나 조심스러웠다.
1985년 스웨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극적으로 재회한 두 사람은 비밀 편지를 몰래 주고받으며 만남을 이어갔다. 오직 자오즈민을 다시 만나겠다는 일념 하나로 안재형은 혹독한 훈련 속에 중국어 공부까지 매달렸다.
그의 노력은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에서 드디어 결실을 맺었다. 안재형은 역대급 라인업을 자랑하던 세계 최강 중국을 상대로 승리를 거두며 남자 탁구 단체 결승전 금메달을 이끌었다. 세계 랭킹 1위까지 꺾는 대 이변 속에서 그는 단숨에 영웅으로 우뚝 섰고, 자오즈민 역시 개인전 금메달을 차지하며 각자의 자리에서 최고의 순간을 맞았다.
그 이후 안재형은 자오즈민에게 편지로 마음을 고백했다. 당시의 편지를 읽던 김수진은 “마음을 탁 찌르는 느낌”이라고 눈물을 흘렸다. 버논은 “솔직하게 마음을 전하는 것만큼 진심이 통하는 건 없다”라고 공감했다. 이 편지를 받은 자오즈민은 자신의 사진으로 화답했는데, 사진 속의 자오즈민은 안재형의 커다란 사진 앞에서 웃고 있는 모습이었다. 이들의 사랑이 완성되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두 사람은 험난한 현실의 벽에 부딪쳤다. 외신 보도를 통해 이들의 관계가 세상에 알려지면서 단순한 열애설을 넘어 민감한 외교 문제로 비화할 위험에 놓였다. 안재형은 자오즈민을 보호하기 위해 “친구일 뿐”이라며 공개적으로 관계를 부인하는 결단을 내렸다. 자오즈민 또한 언론 앞에서는 결별했다고 알렸지만, 이내 진심이 아니었다는 편지를 보내며 사랑을 지켜갔다.
삼엄한 감시 속에서도 사랑은 멈추지 않았고, 안재형은 결혼을 결심했다. 그러나 다시 결혼설이 터지자 그는 전 국민이 지켜보는 9시 뉴스 생방송에 직접 출연해 결혼설을 부인하고 친구 사이라며 선을 그었다. 한국 선수와 중국 선수의 결합이 불러올 정치적 파장으로부터 자오즈민을 지키기 위한 ‘하얀 거짓말’이었다.
1988년 서울 올림픽 기간 중 진행된 자오즈민과 안재형 부모님의 만남은 극비리에 치러졌으나, 이를 눈치챈 기자들이 들이닥치며 일촉즉발의 상황이 벌어졌다. 두 사람은 급히 사다리를 타고 뒷문으로 가까스로 탈출해 그 자리를 빠져나왔다.
결국 1989년, 이들은 제3국 스웨덴에서 결혼이라는 결단을 내렸다. 자오즈민에게는 자칫 망명으로 비쳐 고국으로 돌아가지 못할 수도 있는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도박’과 같은 선택이었다. 그러나 안재형은 묵묵히 기다리며 신뢰를 보냈고, 자오즈민은 인생을 건 결정으로 혼인 신고서에 서명했다. 벌써 60대가 됐지만 여전한 미모를 자랑하는 자오즈민은 당시를 떠올리며 “이 사람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라며 “도박처럼 제 인생을 걸었다”라고 말해 감탄을 자아냈다.
냉전의 장벽을 넘어 완성된 두 사람의 사랑은 한·중 관계 변화의 상징적 사례가 되었다. 그 무렵 냉전의 상징이었던 베를린 장벽이 붕괴되며 세계적인 화해 분위기가 조성됐고, 전문가들은 이들의 결혼이 한중 관계를 개선하는 데 결정적인 촉매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험난한 역경 속에도 포기하지 않고 사랑을 이루고 만 이들을 보며 산들은 “너무 대단하고 멋있다. 사랑으로 말도 안 되는 일을 해냈다”라고 감탄했다. 버논 역시 “무전략이 최고의 전략이다. 서로만 믿고 노력해 결실을 맺은 점이 존경스럽다”라고 찬사를 보냈다.
이에 방송이 끝난 후 각종 SNS와 커뮤니티에서는 “처음 본 순간에 사랑에 빠진 안재형과 그 마음을 받아들이며 어려움을 함께 넘은 자오즈민 부부 눈물나게 아름답다”, “너무 아름다워서 눈물나는 사랑 이야기였다”, “국경과 이념을 뛰어넘은 세기의 사랑 뭉클해”, “영화 같은 러브 스토리다”, “난 저런 진실한 사랑을 할 수 있을까”, “보는 내내 설렜음” 등 뜨거운 반응이 이어졌다.
한편 ‘꼬꼬무’는 세 명의 이야기꾼이 스스로 공부하며 느낀 바를 각자의 ‘이야기 친구’에게 가장 일상적인 공간에서 1:1로 전달하는 프로그램으로, 매주 목요일 밤 10시 20분 SBS에서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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