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앨범 산> [1000회 특집 5부작] 바람의 길 – 4부 칠레 파타고니아 그레이 빙하

  • 2025.08.01 15:45
  • 17시간전
  • KBS

바람의 땅, 파타고니아. 그중에서도 세계 3대 트레킹 명소로 손꼽히는 토레스 델 파이네 국립공원으로 향한다. 아르헨티나 국경을 넘어 칠레로 들어서자, 어김없이 강한 바람이 일행을 맞이한다. 히말라야처럼 정상을 향해 오르지 않아도, 산티아고 순례길처럼 끝까지 걷지 않아도, 이곳에선 그저 걷는 그 자체로 충분하다. 하늘을 뚫을 듯 날카롭게 서 있는 거벽과 시리도록 아름다운 빙하 그리고 빙하 호수를 품은 신비로운 풍경 속으로 산악 사진가 이상은, 문화기획자 홍미애, 세계 100대 명산 탐험가 박춘기 씨가 여정을 이어간다. 그리고 1000회를 향해가는 특별한 여정에 에서 인생 첫 지리산 종주와 치악산 종주에 도전했던 가수이자 배우 김동완 씨가 스페셜 내레이터로 함께한다.

아르헨티나 엘 칼라파테에서 버스를 타고 6시간가량 달려 칠레의 해안 도시, 푸에르토 나탈레스에 도착한다. 다시 차량을 갈아타고 토레스 델 파이네 국립공원으로 향하는 길. 푸데토 선착장에 다다랐을 무렵, 비가 그치자, 에메랄드빛 페오에 호수 위로 무지개가 걸린다. 보트를 타고 호수를 건너 파이네 그란데 산장에 도착한다. 산장 옆 야영장에는 수많은 트레커들이 텐트에 머물며 자연과 마주하고 있다. 얇은 텐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바깥의 비바람 소리를 들으며 하룻밤을 보낸다.

이튿날, 파이네 그란데 산장에서 그레이 빙하를 향해 걷기 시작한다. 왕복 약 22km, 약 6시간 30분에 달하는 여정. 거센 비바람에 몸이 휘청이는 순간도 있지만, 발걸음은 멈추지 않는다. 오래전 산불로 하얗게 변한 고사목 군락을 지난다. 인간의 실수가 남긴 상처 앞에서, 인간은 자연의 정복자가 아니라 잠시 다녀가는 손님임을 다시금 깨닫는다. 고도가 높아질수록 흰 구름이 설산을 스치듯 흘러가고, 저 멀리 일행이 지나온 페오에 호수가 하늘빛을 머금고 반짝인다. 거친 여정 속에서 자연이 건네는 찰나의 환희다.

굽이굽이 이어지는 너덜길을 지나 로스 파토스 호수가 보인다. 바람결 따라 일렁이는 호수의 물결, 휘어지는 나무들이 파타고니아의 거센 바람을 증명한다. 하루에도 사계절이 스쳐 가는 파타고니아. 변화무쌍한 날씨는 트레커를 시험하지만, 동시에 이 땅만의 특별한 매력으로 다가온다. 창공을 가르는 맹금류의 날갯짓 아래, 설산과 호수가 어우러지며 눈앞에 한 폭의 풍경이 완성된다. 여정이 고될수록, 자연은 더 큰 감동으로 응답한다.

숨을 고르며 절벽 끝에 서자, 거대한 얼음 성전이 눈앞에 펼쳐진다. 길이 28km, 총면적 270㎢. 그레이 빙하의 압도적인 규모 앞에 서면 누구나 숙연해진다. 은은한 회색빛 호수와 푸르게 빛나는 얼음벽이 어우러져 그려내는 절경. 세찬 바람을 맞으며 선 일행의 뺨 위로 빙하의 숨결이 스며든다. 파타고니아를 걷는 이 길 위에서 자연의 위대함을 배우고, 인간 역시 자연의 일부임을 다시금 깨닫는다. 끝없이 펼쳐진 빙하와 눈부신 자연을 품은 남미 파타고니아를 과 함께 만나본다.

  • 출처 :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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