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기획창> '과밀지옥'

  • 2026.05.26 10:24
  • 2시간전
  • KBS

"그냥 과밀이 아니라 '초초과밀'입니다. 이제 버티기 힘든 상황이라고 보셔도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127%. 우리나라 55개 교도소·구치소 평균 수용률이다. 100명이 들어갈 감옥에 127명을 밀어넣은 상태라는 의미다. 현장에서는 과밀이 한계를 넘어섰다는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담장 안에서는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KBS 은 과밀한 다수 교정시설 내부를 단독으로 밀착 취재했다. 

지난해 9월, 부산구치소에서 20대 미결 수용자가 사망했다. 검찰 조사 결과 같은 방 수용자들로부터 상습 구타를 당했다. 집단 구타 사실을 아무도 알아채지 못했다. 사건 당시 3명의 교도관이 500명의 수용자를 순찰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된다. 1명이 167명을 맡은 셈이다. 부산구치소 수용률은 150%가 넘는 상태였다. 구치소 측은 법원에 구속영장 발부를 신중히 해달라는 공문까지 보내는 등 진작부터 한계 상황을 호소하고 있었다. 그러나 과밀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고 그 대가는 사고로 돌아왔다. 

법무부 교정본부에 따르면 2016년 전국 수용 인원은 56,495명(수용률 121.2%), 꾸준히 줄어 2022년 51,117명(수용률 104.3%)까지 내려왔다가 2023년부터 다시 늘기 시작했 다.

2025년 기준 63,680명(125.8%), 올해는 64,354명(127.1%)으로 6만 명을 넘어섰다. 정원(50,614명)을 이미 만 명 넘게 초과한 수치다. '마약과의 전쟁', 전세사기·보이스피싱 단속 등 국가적 단속이 잇따랐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정신질환 수용자도 10년 새 2배나 늘었다. 황지태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범죄동향연구본부장은 '중형주의' 정서를 최근 교도소 과밀의 배경 중 하나로 꼽는다. 범죄자들에 대한 대중의 강력 처벌 요구와 정치권과 언론의 동조, 그리고 구금의 일상화로 이어지는 구조다.

문제는 뒷감당이다. 범죄자들이 교도소로 들어간 뒤부터 '담장 안 사정'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져버린다. 교도관들은 말 그대로 사투 중이다. 야간 기준, 전국 교도소에서 교도관 1명이 담당하는 수용자 수는 5년 새 24%나 늘었고, 교정시설 내부 사고는 2016년 894건에서 2024년 1,873건으로 2배 증가했다.

교도소가 붐비면서 독방은 2·3인실이 된 지 오래다. 취재진이 만난 한 출소자는 8인실에 15명이 함께 지냈다고 말했다. 잘 공간이 없어 화장실에서 밤을 샌 날도 있었다고 했다. 국내 단 한 곳뿐인 여자교도소에서는 교대로 '앉아서' 자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교도소·구치소 모두, 신입 수용자들을 어디든 '욱여넣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초범과 누범자, 강력범과 기타사범을 분리 수용해야 하는 원칙이 무너지고 있다. 분리돼야 할 수용자들이 한곳에 섞이면 사고 위험은 높아진다. 서로가 서로에게 '범죄 교사'가 되어주며 재범 가능성도 증가한다. 

과밀 상황 속 수용자 교화도 먼 나라 이야기가 되어버렸다. 지난해 12월 기준, 전국 마약 수용자 7,400여 명 중 마약 단약 프로그램 참여자는 200여 명. 100명 중 3명만 단약을 위한 재활에 참여 중이다. 현장 교도관들은 안타까움을 호소한다. 적절한 교화나 치료 없이 수용자를 그냥 다시 내보내면 누범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집값'에 민감한 한국 사회에서 교정시설을 새로 짓는 일은 늘 난항에 부딪힌다. 교도소 과밀은 담장 안만의 문제일까. 교화되지 못한 수용자는 결국 사회로 돌아오고, 재범은 새로운 피해자를 만든다. 과밀이 낳은 비용은 이 사회 모두가 함께 치르게 된다. 전문가들은 교도소 확충이 수용자 증가 속도를 따라가기 어렵다면 벌금형 확대, 가택구금 제도 도입 등 다양한 처벌 방식에 대해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조언한다.

‘과밀지옥’은 5월 26일 밤 10시 KBS 1TV에서 방송된다.

  • 출처 : KBS
  • KBS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