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 On> 언어와 문화 장벽 넘어...경북대 학생 40명, 인도네시아 젬버서 피운 'K-IT' 열정

  • 2026.09.04 07:19
  • 1시간전
  • KBS

‘젬버’는 인도네시아 자바섬 동쪽 끝에 자리한 도시다. 한국인에게는 아직 낯선 이곳에 경북대학교 학생 40여 명이 찾아왔다. 27시간의 긴 여정 끝에 마주한 젬버에서는 한국과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 펼쳐졌다. 숨이 턱 막히는 더위부터 이슬람 문화, 쉴 새 없이 오가는 오토바이까지. 난생처음 마주한 풍경 속에서 학생들은 앞으로 3주 동안의 봉사 일정을 시작했다.

이들의 정식 이름은 ‘월드프렌즈코리아(WFK) IT 봉사단’이다. ‘WFK IT 봉사단’은 세계 각국의 디지털 격차를 줄이고 IT 역량을 높이기 위해 교육과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해외봉사단이다. 특히 경북대학교와 젬버폴리텍대학의 만남은 올해로 일곱 번째를 맞이했다. 해를 거듭할수록 현지 학생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올해는 인근 지역의 폴리텍대학에서도 학생들이 합류할 만큼 그 위상이 높아졌다.

하지만 첫 만남의 설렘도 잠시, 언어도 살아온 방식도 전혀 다르다. 두 나라의 청춘들은 하고 싶은 말을 제대로 전하기도, 상대의 생각을 이해하기도 쉽지 않다. 번역기를 켜고 손짓과 표정을 섞어가며 서툰 대화를 이어가는 학생들. 과연 이들의 여름방학은 순탄하게 흘러갈 수 있을지, 그 청춘의 현장을 담아낸다.

그렇다면 두 나라의 학생들이 해야 할 IT 프로젝트란 무엇일까. 이들의 목표는 젬버 시민들이 겪고 있는 일상의 문제를 찾아 IT 기술로 해결할 방안을 마련하고, ‘스마트 시티 키트’로 직접 구현하는 것이다. 이것을 위해 두 나라의 학생들이 한 팀이 되고, 머리를 맞대기 시작했다.

먼저 학생들은 젬버 주민들이 겪는 현실을 이해하기 위해 도시 곳곳을 발로 뛰었다. 홍수가 잦은 지역의 강을 찾아가 주변 환경을 확인하고, 안전장치가 갖춰지지 않은 기찻길을 살펴보며 주민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학생들은 현장에서 찾은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스마트 시티의 가능성을 타진했다.

아이디어를 현실로 만드는 일은 쉽지 않다. 예상하지 못한 의견 대립, 기술적인 한계, 부족한 시간까지. 현실에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꼬리에 꼬리를 문다. 공항을 떠날 때만 해도 해외를 경험하고, 외국인 친구를 만나고, 스펙을 쌓길 기대했던 한국 학생들은 점점 더 무거운 책임감과 진지한 열정으로 프로젝트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IT 프로젝트만큼이나 뜨거웠던 것은 두 나라의 학생들이 함께 보내며 서로에게 스며들었던 시간이다. 학생들은 한국의 화채와 인도네시아의 ‘에스부아’를 더해 새로운 디저트를 만들어 먹었다. 젬버폴리텍대학교 입학식에서는 태권도와 부채춤, K-POP 공연을 선보이며 한국 문화를 소개했다. 그리고 같은 조 인도네시아 학생의 집을 찾아가 평소의 생활 모습을 둘러보고, 청춘의 고민을 나누기도 했다.

장염에 걸려 응급실에 실려 가기도 하고, 계획이 어긋나는 순간도 찾아왔다. 모두가 직접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었다. 학생들은 아픈 순간에도 자신의 몫을 다하기 위해 프로젝트를 이어갔고, 갈등이 생긴 팀은 치열하게 토론하며 서로의 생각을 맞춰 나갔다. 뜨겁게 부딪히고, 아낌없이 화해한 학생들은 그렇게 국경을 넘어 어느새 한 팀이 되어갔다.

마침내 최종 발표의 날이 밝자, 학생들은 밤을 새우고 주말까지 반납하며 만든 결과물들을 무대에 올렸다. 발표가 끝날 때마다 박수와 환호가 이어졌다. 학생들은 서로를 끌어안으며 그동안의 노력을 격려했다. 함께 만든 스마트 시티의 모델이 젬버의 미래를 바꾸는 계기가 되길 바라는 마음도 간절해졌다. 그리고 이별의 순간은 뜨거운 포옹으로 찾아왔다. 처음엔 낯설어 더듬거리던 이름이 이제 부르는 것만으로 가슴 벅찬 존재로 변해버렸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살아온 학생들은 각자의 문화를 나누고, 같은 문제를 바라보며 답을 찾아갔다. ‘봉사’라는 이름으로 젬버를 찾았지만, 정작 그곳에서 더 많이 배우고 달라진 것은 어쩌면 그들 자신이다. 뜨거웠던 젬버의 여름방학은 그렇게 청춘의 한 페이지에 깊이 새겨질 소중한 기억이 되었다.

KBS 1TV ‘다큐 On’은 2026년 9월 5일(토) 밤 10시 15분에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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