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우리 집 금강아지, 열여섯 하진이

  • 2025.04.18 17:48
  • 8개월전
  • KBS

웃는 모습이 똑 닮은 붕어빵 3대 모녀. 할머니 영숙 씨와 엄마 옥심 씨. 그리고 모녀의 행복 비타민 하진이까지. 세 식구가 함께 지낸 지도 벌써 16년이 됐다. 임신 중, 초음파 검사에서 하진이에게 이상이 있다는 걸 알게 된 엄마. 하진이의 병명은 ‘루빈스타인-테이비 증후군’(16번 염색체 이상으로 작은 체구, 발달 지연, 척추 옆굽음증, 심장 및 신장질환을 유발)이라는 이름도 생소한 희귀 질환이었다. 아이의 아픔에 자책하며 우울증이 찾아왔다. 거기에 남편과의 갈등까지 더 해지면서 결국 이혼을 택한 엄마는 돌 지난 하진이를 데리고 친정으로 돌아오게 됐다.

몸도 마음도 지쳐서 돌아온 딸을 따스하게 품어준 부모님. 그때부터 엄마는 하진이의 치료에만 매달려 왔다. 두 돌 지나 걸음마를 떼고, 여덟 살에 문장으로 말을 시작하는 등 모든 게 남보다 훨씬 늦었지만 하진이도 엄마도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 아직 초등학교 저학년 수준의 발달이지만, 지금도 천천히 나아가는 중이라고.

하진이를 돌보며 틈나는 대로 아르바이트를 찾아 나서는 엄마와 학교 앞에서 교통 도우미로 일하는 할머니. 하지만 세 식구 살림에 하진이 치료비, 수술비까지 마련하려면 여전히 막막하기만 하다. 결국 생활비 마련을 위해 대출까지 받은 엄마. 매달 갚아야 하는 원금만 60만 원인데, 지금은 이자 내기도 빠듯한 상황. 그래도 엄마와 할머니는 요즘 하진이를 생각하면 일할 힘이 난단다. 하진이에게도 반짝이는 꿈이 생겼기 때문이다.

예쁜 손녀에게 항상 “우리 똥강아지. 우리 똥강아지”하고 불러주던 할머니. 자신의 마음에는 금이 들어 있으니 금강아지라 불러달라는 하진이의 당찬 얘기에 그때부터 하진이는 집안의 ‘금강아지’가 됐다. 하진이가 있어 매일 웃는다는 엄마와 할머니. 어릴 때부터 넘치는 사랑으로 키워온 덕분일까. 워낙 밝고 사람을 좋아하는 성격이라 하진이는 주위에서도 많은 예쁨을 받고 있단다. 그런 하진이가 가장 에너지 넘치고 반짝반짝 빛날 때는 바로 춤을 출 때다.

5년 전, 복지관 수업에서 처음 춤을 접한 하진이. 원래도 넘치는 흥의 소유자였지만, 점점 춤에 흥미를 갖기 시작하더니 지금은 댄서가 되겠다는 꿈도 생겼다. 춤출 때가 가장 행복하다는 하진이. 춤을 외우는 것도 어렵고, 짧은 동작도 남들에 비해 수없이 연습해야 하지만 그래도 춤을 추는 하진이의 얼굴엔 웃음이 끊이질 않는다.

작년엔 발달장애가 있는 언니, 오빠들과 댄스팀을 만들어 지역의 학교에 다니며 공연도 펼쳤다는데. K-POP, 락킹, 한국 무용 등 장르 가리지 않고 모든 춤을 좋아한다는 댄스 소녀. 최근 하진이는 장애인 무용단으로 활동할 수 있는 교육 기관에서 무용을 배우고 있다. 입단까지 하게 되면 취업까지 연계되니 하진이에겐 그야말로 좋은 기회이자 새로운 희망이라는데. 지금까지 그래왔듯, 어려움은 있어도 결코 포기는 없는 하진이. 오늘도 작은 희망들을 징검다리 삼아 꿈을 향해 나아가는 중이다.

춤을 추는 하진이를 보며 엄마와 할머니의 삶에도 활기가 생겼다. 남들처럼 실력 있는 춤은 아니지만, 발달장애가 있는 하진이가 남들 앞에서 뭔가를 한다는 것만으로도 엄마와 할머니에겐 의미가 남다르다. 하진이의 꿈을 응원하면서 희망도 생겼지만, 사실 그만큼 걱정도 많아졌다.

어릴 때부터 척추가 휘기 시작한 하진이. 40도가 되면 심각한 척추 옆굽음증이라는데 하진이의 허리는 벌써 37도. 변형이 계속되면 수술을 받아야 할지도 모른다는데. 몇천만 원이 될지 모르는 수술비도 걱정이지만, 수술 자체도 워낙 힘든 수술이라기에 더욱 걱정이다. 게다가 춤을 출수록 관절에 무리가 가는 건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마음 같아선 말리고도 싶지만, 행복해하는 하진이를 보면 차마 안 된다고 말할 수도 없다. 장애가 있는 아이에게 꿈을 심어준다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잘 알기에. 지금은 가능한 하진이의 행복을 지켜주고만 싶다.

*이후 502회 ‘태권 소년 강유의 금빛 발차기’ (2025년 2월 15일 방송) 후기가 방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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